[나영무의 약손이야기] (3) 골 세리머니 뒤에 숨어있는 부상
솔병원
2022.02.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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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22명이 사투를 벌이는 축구 그라운드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선수들은 축구의 최종 목적지인 골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다. 특히 골이 터진 후 펼쳐지는 세리머니에 경기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짜릿한 골 세리머니 뒤에는 부상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1996년부터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맡아온 나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실 나는 경기를 편히 즐기지 못한다. 90분동안 오직 선수들의 발만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골이 터진 후 세리머니를 하는 시간에는 머리카락이 쭈볏 선다. 선수 부상은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종종 터지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선수를 꼽으라면 박주영(셀타비고)이다. 박 선수는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를 펼치기 때문이다.
사실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체중이 실리게 되면 무릎의 인대와 연골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후방 십자인대와 반월연골, 관절연골에 충격이 가해진다. 천천히 하면 스트레스가 덜하지만 빠른 속도로 하면 스트레스는 더하다. 허벅지 앞 근육(대퇴사두근)과 정강이 앞 근육이 늘어나면서 근육 파열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정강이 부분과 잔디와의 마찰로 인해 화상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기도 세리머리를 하는 동안 다른 선수가 덮치는 경우다. 이때는 상대 선수의 체중까지 실려 후방십자인대와 연골 파열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박주영은 2010년 AS모나코 시절 FC 소쇼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뒤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동료 선수들이 올라타는 바람에 무릎이 강하게 눌려 연골이 손상됐다. 이로 인해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불운까지 겪기도 했다.
기도 세리머니 외에도 광고판 세리머니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의 나가이 켄스케는 모로코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광고판에 뛰어올라 환호했지만 매우 위험한 장면이었다.
광고판에 올라간 후 내려올 때 미끄러져 팔다리 골절과 척추의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팔레르모는 골을 터뜨린 후 광고 펜스 위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펼치다 왼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국내 선수로는 최용수가 1997년 프랑스월드컵 예선 카자흐스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광고판에 올라가 세리머니를 펼치다 떨어져 넘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당시 코칭스태프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가장 위험한 세리머니는 여러 명이 달려들어 붙잡고 뒤엉켜 올라타면서 축하하는 것이다. 골이 터지면 선수들 모두가 흥분하고, 그만큼 위험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밑에 깔린 선수는 몸에 강한 충격이 전해져 목과 척추가 다칠 수 있다. 또한 목과 등이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근육과 인대도 손상될 수 있다. 동료 선수 위로 올라타다가 떨어질 경우 쇄골 골절 및 어깨 인대 파열, 척추 및 골반 손상의 위험이 크다.
선수들은 순간의 흥분을 못 이겨 갑작스럽고도 과격한 동작을 하게 되면 부상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골에 대한 기쁨을 나눌 때 다른 선수의 부상이 있을 수 있다는 배려의 마음이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개성이 담긴 세리머니를 준비해서 연습하는 것도 좋다. 미리 준비된 동작은 생소하지 않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역대 K리그 올스타전에서 나온 선수들의 준비된 세리머니는 부상 위험 없이 관중에게 유쾌함과 즐거움을 안겨줬던 것이 좋은 본보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골 세리머니는 2002 한일월드컵때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 런던올림픽때 김보경과 홍명보 감독의 포옹 세리머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세리머니는 내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오래도록 안겨줬다.
현재 파주에 소집된 태극전사들은 26일 카타르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다. 기분 좋은 승전보와 함께 안전하고 개성 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기를 두손 모아 응원한다. 태극전사 파이팅!
나영무(솔병원 원장, 축구대표팀 주치의)
사진=스포탈코리아, 솔병원
1996년부터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맡아온 나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실 나는 경기를 편히 즐기지 못한다. 90분동안 오직 선수들의 발만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골이 터진 후 세리머니를 하는 시간에는 머리카락이 쭈볏 선다. 선수 부상은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종종 터지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 선수를 꼽으라면 박주영(셀타비고)이다. 박 선수는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를 펼치기 때문이다.
사실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체중이 실리게 되면 무릎의 인대와 연골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후방 십자인대와 반월연골, 관절연골에 충격이 가해진다. 천천히 하면 스트레스가 덜하지만 빠른 속도로 하면 스트레스는 더하다. 허벅지 앞 근육(대퇴사두근)과 정강이 앞 근육이 늘어나면서 근육 파열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미끄러지면서 정강이 부분과 잔디와의 마찰로 인해 화상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은 기도 세리머리를 하는 동안 다른 선수가 덮치는 경우다. 이때는 상대 선수의 체중까지 실려 후방십자인대와 연골 파열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박주영은 2010년 AS모나코 시절 FC 소쇼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뒤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동료 선수들이 올라타는 바람에 무릎이 강하게 눌려 연골이 손상됐다. 이로 인해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불운까지 겪기도 했다.
기도 세리머니 외에도 광고판 세리머니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의 나가이 켄스케는 모로코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광고판에 뛰어올라 환호했지만 매우 위험한 장면이었다.
광고판에 올라간 후 내려올 때 미끄러져 팔다리 골절과 척추의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팔레르모는 골을 터뜨린 후 광고 펜스 위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펼치다 왼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 국내 선수로는 최용수가 1997년 프랑스월드컵 예선 카자흐스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광고판에 올라가 세리머니를 펼치다 떨어져 넘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당시 코칭스태프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가장 위험한 세리머니는 여러 명이 달려들어 붙잡고 뒤엉켜 올라타면서 축하하는 것이다. 골이 터지면 선수들 모두가 흥분하고, 그만큼 위험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밑에 깔린 선수는 몸에 강한 충격이 전해져 목과 척추가 다칠 수 있다. 또한 목과 등이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근육과 인대도 손상될 수 있다. 동료 선수 위로 올라타다가 떨어질 경우 쇄골 골절 및 어깨 인대 파열, 척추 및 골반 손상의 위험이 크다.
선수들은 순간의 흥분을 못 이겨 갑작스럽고도 과격한 동작을 하게 되면 부상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골에 대한 기쁨을 나눌 때 다른 선수의 부상이 있을 수 있다는 배려의 마음이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개성이 담긴 세리머니를 준비해서 연습하는 것도 좋다. 미리 준비된 동작은 생소하지 않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역대 K리그 올스타전에서 나온 선수들의 준비된 세리머니는 부상 위험 없이 관중에게 유쾌함과 즐거움을 안겨줬던 것이 좋은 본보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골 세리머니는 2002 한일월드컵때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 런던올림픽때 김보경과 홍명보 감독의 포옹 세리머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담긴 세리머니는 내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오래도록 안겨줬다.
현재 파주에 소집된 태극전사들은 26일 카타르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다. 기분 좋은 승전보와 함께 안전하고 개성 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기를 두손 모아 응원한다. 태극전사 파이팅!
나영무(솔병원 원장, 축구대표팀 주치의)
사진=스포탈코리아, 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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