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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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_이동국만큼 멋진 근육 아니라도…암투병 조용한 암살자의 천적
마음 근육을 단련했다면 이번은 몸 근육 차례다.- 10편 칼럼에서.. -
이처럼 근육은 우리 인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몸의 600여개 근육들은 정교하게 연결돼 신체활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근육의 기능은 힘을 만들어내고, 관절을 보호하고, 우리 몸을 바로 잡아주고, 에너지를 저장하며 많은 질병을 예방해 준다. 근육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근력이다. 근력은 근육의 힘, 또는 그 힘의 지속성이다. 근육과 근력은 바늘과 실처럼 평생 동반자 관계다.
근육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 운동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근골격계를 강하게 만든다. 반면 근육이 줄어들면 근력도 급격히 떨어진다. 차이점이 있다면 근육은 노화의 길을 걷지만 근력은 늙지 않는다. 근육이 늙는 것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근력을 유지하여 노화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40세 이후부터 근육량이 매년 1%씩 줄어들고, 근육의 질도 나빠진다. 사람의 활동량도 줄어들고, 근육을 만드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암에 걸리면 영양부족과 활동량 부족으로 근감소증(근육감소)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다. 문제는 근감소증이 심한 피로감, 체중감소에다 감염, 대사장애, 골수억제 등 합병증과 부작용을 높여 암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암환자에게 ‘소리없는 암살자’다.
나 역시 한동안 근감소증으로 고생했다. 먼저 수술 받은 후에는 잘 움직이지 못해 하루 종일 누워지냈다. 항암치료 때에는 잘 먹지 못하고, 힘도 빠지고, 운동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면서 근감소증이 일어났다.
현재 나의 체중은 65㎏인데, 수술과 항암을 하면서 51㎏까지 내려갔다. 몸에 기운이 쭉 빠지고 팔을 들어올리거나 걷는 것도 너무 힘들어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가만히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다. 몸의 근육이 빠져나가니 마음의 근육도 함께 빠져나가 마음까지 무너져 내렸다. 무력감속에 지내다가 ‘아! 이러면 안 되겠다. 명색이 의사인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는 솔병원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운동을 꼭 하셔야 한다”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 특히 나이 드신 환자들 가운데 근감소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과 관절염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는 단골 레퍼토리였다. 무릎과 발목 운동 요령 등을 알려준 뒤 집에서 꾸준히 하라며 숙제를 내줬고, 다음 진료 때 체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암에 걸린 나는 정작 아무것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초라함이 느껴졌다. 더 이상 나를 방치할 수 없어 병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슴을 펴고 심호흡하고, 서서 체중 이동하기 등 몸을 서서히 움직였다. 수술 받은 다음날에도 병실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운동에 대한 의지의 끈을 놓치 않았다. (구체적 운동법은 추후 칼럼에서 소개) 운동으로 만들었던 근육을 운동으로 깨워놓으니 체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우선 진료를 마치고 나면 피곤함이 있었는데 거의 사라졌고, 팔굽혀펴기 후에 나타났던 어깨의 뻐근한 증상도 없어졌다. 또한 2시간 가량을 걷고 난 후에도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
꾸준한 운동의 맛을 느낀 내 근육은 항암치료 등을 버티고 이겨낸 밑거름이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근육이 있으면 암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사실 암 환자가 누워 지내기만 하면 암 자체 뿐아니라 신체 기능 저하로 위험해진다. 하지만 근육이 있으면 체력과 면역력이 생기고, 심리적으로 안정돼 암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결국 근육은 암을 비롯한 모든 병을 이겨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암세포는 항암제만으로 완전히 퇴치한다는 것은 어렵다. 내 몸의 면역력이 뒷받침해야 가능한데 그 중심에는 튼튼하고 건강한 근육이 자리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키운 근육은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수익률 좋은 ‘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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