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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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는 현미경에 안보인다···암환자 가장 겁내는 두 단어
암 환자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무엇보다 치유로 향하는 길은 험난함의 연속이다.
수술, 항암약물치료(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 이른바 3대 암 표준치료가 주는 고통과 후유증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도 자신의 몸에 초대받지 않는 손님과 싸우는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재발과 전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금도 두 단어를 들으면 저절로 몸서리쳐질 만큼 공포를 느낀다.
2018년 8월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을 당시 내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항문 위쪽 직장에 자리잡은 암세포가 간은 물론 폐까지 타고 올라갔다. 크기도 커서 곧바로 수술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우선 7번의 항암약물치료로 암세포의 크기를 줄인 뒤 2018년 12월 수술대에 올랐다.
암세포가 자리잡은 직장, 간, 폐 등 3군데를 한꺼번에 수술할 수 없어 먼저 간과 직장에 메스를 댔다.
간의 75%을 절제했고, 직장도 10㎝를 잘라냈다.
이후 2019년 1월부터 항암약물치료 5번을 받은 뒤 그해 5월 미뤄둔 오른쪽 폐의 중엽을 절제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어김없이 8번의 항암약물치료를 받았다.
이 치료의 목적은 수술 받은 뒤 완치율을 높이고,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비교적 순탄하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중 2020년 2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나를 덮쳤다.
간과 폐에서 또 암세포가 발견된 것이었다. 재발이었다.
머리가 하얘질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말기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보다 수천 배 더 고통스러웠다.
솔직히 저승사자가 나를 바짝 옥죄고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 죽을 수도 있겠구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또한 함께 항암약물치료를 받았던 환자들 가운데 하나둘씩 병원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는 하늘의 부름을 받아 세상을 떠났거나, 항암치료가 너무 힘들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인데 전자가 90% 이상이다
대장의 혈액과 림프액이 모두 간으로 모이기 때문에 이 부위에 전이와 재발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듯 컨디션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지만 끈질긴 암세포를 피하진 못했다.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재발로 인해 무섭고 고통스런 암 표준치료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
나는 간신히 피폐해진 심신을 추스르며 다시 수술 날짜를 잡았다.
항암치료 받을 때에는 부작용 탓에 수술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막상 수술일이 닥쳐오자 겁이 났다.
이전 두 번의 수술은 암세포를 제거한다는 ‘희망’으로 산소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재발로 인한 3번째 수술은 의미가 달랐다.
과연 ‘살아서 병실로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라 간과 왼쪽 폐 하엽 부분을 잘라냈다.
차가운 수술실에서 깨고 나니 오한이 찾아들었지만 살아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불행은 멈추지 않았다.
2020년 3월부터 8번의 항암치료를 견뎌낸 내게 8개월 뒤 또다시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이번엔 수술받은 왼쪽 폐에서 암세포가 슬며시 정체를 드러냈다.
도무지 포기를 모르는 암세포가 징글징글했다.
‘재발’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지만 지난번 학습효과 탓인지 마음은 담담했다.
그리고 오기가 생겼다. 그래 한번 해보자!
그렇게 왼쪽 폐 수술을 마친 뒤 2021년 6월까지 8번의 항암치료를 묵묵히 견뎌냈다.
그리고 2021년 9월과 12월 두 번의 추적검사에서 내 몸 안에는 더 이상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6번의 수술(직장 1번, 간 2번, 폐 3번)과 무려 36차례에 걸친 항암약물치료를 이겨낸 것에 대한 값지고 소중한 성적표였다.
암세포는 수술로 제거했더라도 현미경에 관찰되지 않은 미세한 것들이 몸 안에 남아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킨다.
지극히 소수만 살아남아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능력을 갖췄기에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암세포의 특성과 재발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고 난 뒤 “모든게 잘 될거야. 나는 암환자이지만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치료로 대응한 것이 암세포와의 장기전에서 슬기롭게 경쟁력을 키우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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