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무 박사의 '월드컵 Again 2002'] ⑥ 골대에 소주 뿌리고 '氣 수련자' 투입…월드컵 '기막힌 전략'
솔병원
2022.02.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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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태극전사들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헌신했던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의 지극한 정성과 국민의 뜨거운 열정이 함께 녹아있다. 협회 직원들 모두가 고생했지만 기억에 남는 두 사람은 김형룡 대표팀 지원팀장과 지금은 고인이 된 남광우 국장이다.
2001년 11월 축구대표팀의 요람인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가 건립됐다. 당시 정몽준 회장은 건축자재에서 나올 수 있는 불쾌한 냄새 등 새집증후군을 체크하기 위해 협회 직원들이 먼저 투숙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태극전사들의 입소일을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김형룡 팀장이 가장 먼저 자원해 조중연 부회장과 함께 3일가량 머물며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한 뒤 ‘이상 없음’을 보고하자 곧바로 대표팀이 투숙해 훈련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스포츠신문에서는 김 팀장에게 ‘인간 모르모트(실험용 동물)’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기도 했다.
월드컵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회 사무국은 분주했다. 매일 회의를 통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대표팀에 도움되는 것을 찾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홈에서 열리는 만큼 월드컵 무승 징크스를 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첫 상대인 폴란드 전을 앞두고 사무국의 긴장감은 최고조였다. 어느날 회의에서 한 직원이 자신의 아내가 꾸었던 꿈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 한 분이 나타나 ‘모든 곳에 영혼이 있다. 하다 못해 초근목피나 골대에도 있다. 정성을 들일 수 있는 곳이면 다 드려라’는 내용이었다.
남 국장은 골대에 고사를 지내기로 결정하고 경기장 입장이 수월한 김 팀장에게 이를 맡겼다. 김 팀장은 경기 하루 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화장실에 소주 한병을 미리 숨겨놓았다. 그리고 경기 당일 킥오프 3시간 전에 FIFA 경기감독관의 눈을 피해 양쪽 골대에 소주를 뿌리며 간절한 첫 승을 기원했다.
이에 앞서 남 국장과 김 팀장은 비장의 카드도 준비했다. 당시 협회 첩보망에 한국의 상대국들이 자국 선수들의 기를 불어넣기 위해 초능력자들을 데려왔다는 내용이 걸려들었다.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을 들은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서울 시내에 기(氣) 수련한 분들을 수소문해서 접촉했다.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협회 직원이 직접 테스트까지 받아보기도 했다. 한국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는 것이 남 국장의 생각이었다. 투입된 숫자는 ‘13명’이었다. 아마도 서양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와 연관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협회는 경기장 입장권을 준비한 뒤 한국팀의 모든 경기에 이들을 투입했다. 이들은 축구팬들과 관중석에 섞여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 등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한국은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 첫 승을 거둔 뒤 포르투갈마저 잡고 16강행을 확정했다. 16강이 확정되는 날 한반도는 신명나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서울 시내는 장엄한 붉은 바다로 물들여졌다.
당시 나이키의 붉은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려 동이 난 지 오래돼 동대문에서 만든 ‘짝퉁’이 판을 쳤다. 남 국장과 김 팀장 등 협회 직원들은 16강 진출의 열기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종로 1가에서 중년의 아줌마들을 본 직원들은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멋진 핸드백을 팔에 걸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우아한 중년 부인들의 상의가 멋진 레이스넥이 달린 새빨간 내복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구하지 못해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젊음의 상징인 대학로로 차를 몰고 갔다. 그곳 역시 붉음이 빚어낸 열광의 현장이었다. 승리의 열기에 취한 시민들이 차도를 점령해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차량들이 지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운전자들 가운데 누구 하나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남 국장과 김 팀장도 난감했지만 사무실로 돌아가 업무를 해야 했기에 협회 로고가 새긴 차량용 플래카드를 자동차 보닛에 올려놓았다. 이때 호각으로 시민들의 응원을 리드하던 사람이 이를 본 뒤 “여기 축구협회 차량 지나갑니다. 박수~~~”라고 하자, 수많은 사람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마치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장면에 직원들의 가슴은 감동으로 가득 찼다. 월드컵이 주는 뿌듯한 축복이자 우리 국민의 열정과 응집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한일월드컵의 달콤하고 즐거운 추억을 떠올려 너무 행복했다. 12년 전 온 국민의 하나가 된 응원 함성은 태극전사들의 투지를 불태운 원동력이었다.
필자는 그라운드 내에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가 대표팀의 12번째 전사,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 축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13번째 전사로 생각한다.
이제 홍명보 팀은 18일 러시아와 예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브라질 월드컵의 문을 연다. 대표팀의 진정한 13번째 전사들과 함께 언제나 심장을 흥분시키는 ‘대~한민국’으로 홍명보 팀에게 뜨거운 함성을 실어보낸다.
2001년 11월 축구대표팀의 요람인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가 건립됐다. 당시 정몽준 회장은 건축자재에서 나올 수 있는 불쾌한 냄새 등 새집증후군을 체크하기 위해 협회 직원들이 먼저 투숙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태극전사들의 입소일을 결정하라고 덧붙였다. 김형룡 팀장이 가장 먼저 자원해 조중연 부회장과 함께 3일가량 머물며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한 뒤 ‘이상 없음’을 보고하자 곧바로 대표팀이 투숙해 훈련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스포츠신문에서는 김 팀장에게 ‘인간 모르모트(실험용 동물)’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기도 했다.
월드컵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회 사무국은 분주했다. 매일 회의를 통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대표팀에 도움되는 것을 찾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홈에서 열리는 만큼 월드컵 무승 징크스를 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첫 상대인 폴란드 전을 앞두고 사무국의 긴장감은 최고조였다. 어느날 회의에서 한 직원이 자신의 아내가 꾸었던 꿈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 한 분이 나타나 ‘모든 곳에 영혼이 있다. 하다 못해 초근목피나 골대에도 있다. 정성을 들일 수 있는 곳이면 다 드려라’는 내용이었다.
남 국장은 골대에 고사를 지내기로 결정하고 경기장 입장이 수월한 김 팀장에게 이를 맡겼다. 김 팀장은 경기 하루 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화장실에 소주 한병을 미리 숨겨놓았다. 그리고 경기 당일 킥오프 3시간 전에 FIFA 경기감독관의 눈을 피해 양쪽 골대에 소주를 뿌리며 간절한 첫 승을 기원했다.
이에 앞서 남 국장과 김 팀장은 비장의 카드도 준비했다. 당시 협회 첩보망에 한국의 상대국들이 자국 선수들의 기를 불어넣기 위해 초능력자들을 데려왔다는 내용이 걸려들었다.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을 들은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서울 시내에 기(氣) 수련한 분들을 수소문해서 접촉했다.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협회 직원이 직접 테스트까지 받아보기도 했다. 한국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는 것이 남 국장의 생각이었다. 투입된 숫자는 ‘13명’이었다. 아마도 서양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와 연관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협회는 경기장 입장권을 준비한 뒤 한국팀의 모든 경기에 이들을 투입했다. 이들은 축구팬들과 관중석에 섞여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 등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한국은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 첫 승을 거둔 뒤 포르투갈마저 잡고 16강행을 확정했다. 16강이 확정되는 날 한반도는 신명나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서울 시내는 장엄한 붉은 바다로 물들여졌다.
당시 나이키의 붉은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려 동이 난 지 오래돼 동대문에서 만든 ‘짝퉁’이 판을 쳤다. 남 국장과 김 팀장 등 협회 직원들은 16강 진출의 열기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종로 1가에서 중년의 아줌마들을 본 직원들은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멋진 핸드백을 팔에 걸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우아한 중년 부인들의 상의가 멋진 레이스넥이 달린 새빨간 내복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악마 티셔츠를 구하지 못해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젊음의 상징인 대학로로 차를 몰고 갔다. 그곳 역시 붉음이 빚어낸 열광의 현장이었다. 승리의 열기에 취한 시민들이 차도를 점령해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차량들이 지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운전자들 가운데 누구 하나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남 국장과 김 팀장도 난감했지만 사무실로 돌아가 업무를 해야 했기에 협회 로고가 새긴 차량용 플래카드를 자동차 보닛에 올려놓았다. 이때 호각으로 시민들의 응원을 리드하던 사람이 이를 본 뒤 “여기 축구협회 차량 지나갑니다. 박수~~~”라고 하자, 수많은 사람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마치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장면에 직원들의 가슴은 감동으로 가득 찼다. 월드컵이 주는 뿌듯한 축복이자 우리 국민의 열정과 응집력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한일월드컵의 달콤하고 즐거운 추억을 떠올려 너무 행복했다. 12년 전 온 국민의 하나가 된 응원 함성은 태극전사들의 투지를 불태운 원동력이었다.
필자는 그라운드 내에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가 대표팀의 12번째 전사,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 축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13번째 전사로 생각한다.
이제 홍명보 팀은 18일 러시아와 예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브라질 월드컵의 문을 연다. 대표팀의 진정한 13번째 전사들과 함께 언제나 심장을 흥분시키는 ‘대~한민국’으로 홍명보 팀에게 뜨거운 함성을 실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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