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무 박사의 '월드컵 Again 2002'] ③ 히딩크의 금기음식은 케이크와 튀김
솔병원
2022.02.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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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는 한마디로 철두철미한 지도자였다. 특히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이해와 관리에 있어 존경스러울 정도로 섬세하고 꼼꼼했다. 과거에는 선수의 부상 정도에 관계없이 감독이 뛰라고 하면 무조건 뛰어야 했다. 하지만 히딩크는 선수의 부상과 컨디션에 대한 판단은 주치의 의견을 따랐다. 훈련과 숙소 생활을 할 때 히딩크는 가장 먼저 의무팀을 통해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한 뒤 움직였다.
2001년 6월 컨테더레이션스컵 멕시코 전에서 유상철이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1주일 안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대표팀은 주력 선수의 부상으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히딩크는 나에게 유상철의 상태를 물었다. 나는 “부러진 뼈가 인대를 파고들어 뇌 손상이 올 수도 있으니 다음 경기는 출전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한 히딩크는 “전문가로서 당신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호주전에 뛰게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유상철을 향해 “No”라고 단호히 거절한 뒤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제자를 보호하기 위한 히딩크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사실 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격한 종목이기에 선수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상 이후 재활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은 ‘이제 주전에서 밀려난다’는 불안감에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훌륭한 심리치료사는 바로 감독이다. 감독의 꾸준한 관심 속에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 회복 속도는 몰라보게 빨라질 수 있다. 2002년 이영표가 그랬다.
히딩크는 이영표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성실한 태도와 강한 승부근성, 그리고 히딩크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서다. 월드컵 등번호를 정할 때 히딩크가 유일하게 배정한 배번이 있었다. 바로 히딩크가 네덜란드 선수 시절 달았던 10번이다. 히딩크는 월드컵을 앞두고 애정이 가는 등번호를 이영표에게 줄 만큼 무한신뢰를 보냈다.
그런 이영표가 폴란드전을 사흘 앞두고 자체 훈련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최소 3주에서 6주 가량의 진단이 나왔다. 월드컵 출전은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엔트리 교체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영표와 히딩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속이 타들어갔다. 2년 전 시드니올림픽 당시 이영표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이영표는 내측 인대 부상을 당했다. 주치의인 나에게 ‘자신의 부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며 스포츠 의학 서적을 빌려가 공부할 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났던 그의 간절함을 믿고 싶었다.
히딩크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히딩크는 ‘못 뛰어도 이영표와 함께 간다’고 결론을 낸 뒤 전담치료사를 붙여줬다.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비밀리에 외부에서 새로운 물리치료사를 붙여 이영표를 치료시킨 것이다. 베어벡 코치의 친구로 월드컵 관람을 위해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물리치료사였다. 아마도 기존 치료 패턴에 다른 치료 패턴을 동원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히딩크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의무팀장과 물리치료사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다. 히딩크는 “선수를 빨리 낫게 하기 위해 다급한 마음에서 그랬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결국 선수 회복과 대의적인 차원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는데 선수에 대한 감독의 관심과 애정만큼은 인상적이었다.
히딩크는 선수단 관리 외에도 스포츠 과학 및 영양학면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었다. 히딩크는 식사시간에도 선수들의 식사 습관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가 강조한 체력은 정신력과 영양 섭취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배탈이나 감기에 걸린 선수들을 ‘자기 관리에 실패한 선수’라며 싫어했다.
히딩크는 최상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탄수화물과 충분한 물의 섭취를 강조했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스파게티와 담백한 해산물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반면 고추장 비빔밥과 김치찌개 등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과 튀김류 등은 체력 사용에 도움이 안 된다며 피하도록 했다.
특히 경기 하루 이틀 전에는 식단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금기였다. 고기류 등은 분해되면서 몸의 수분을 흡수해 경기중 탈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선수들이 먹지 못하게 했다. 무엇보다 유지방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만큼 히딩크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관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브라질에서 지역별 기후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차전 장소인 쿠이아바의 평균 기온은 26~30도, 3차전이 열리는 상파울루는 0~5도일 만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일정이다. 무엇보다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환경적 변화가 심하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간 대표팀을 괴롭혔던 대상포진과 봉와직염 같은 질병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한 훈련이나 경기 후에는 탄수화물과 물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최소 2시간 이내) 섭취하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스파 역시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데 찬물과 더운물을 오가는 냉온탕욕이 좋다. 그리고 경기 후에는 가벼운 정리운동으로 몸에 있는 젖산을 최대한 빨리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1년 6월 컨테더레이션스컵 멕시코 전에서 유상철이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1주일 안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호주와의 경기를 앞둔 대표팀은 주력 선수의 부상으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히딩크는 나에게 유상철의 상태를 물었다. 나는 “부러진 뼈가 인대를 파고들어 뇌 손상이 올 수도 있으니 다음 경기는 출전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한 히딩크는 “전문가로서 당신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호주전에 뛰게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유상철을 향해 “No”라고 단호히 거절한 뒤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제자를 보호하기 위한 히딩크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사실 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격한 종목이기에 선수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상 이후 재활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은 ‘이제 주전에서 밀려난다’는 불안감에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훌륭한 심리치료사는 바로 감독이다. 감독의 꾸준한 관심 속에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 회복 속도는 몰라보게 빨라질 수 있다. 2002년 이영표가 그랬다.
히딩크는 이영표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성실한 태도와 강한 승부근성, 그리고 히딩크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서다. 월드컵 등번호를 정할 때 히딩크가 유일하게 배정한 배번이 있었다. 바로 히딩크가 네덜란드 선수 시절 달았던 10번이다. 히딩크는 월드컵을 앞두고 애정이 가는 등번호를 이영표에게 줄 만큼 무한신뢰를 보냈다.
그런 이영표가 폴란드전을 사흘 앞두고 자체 훈련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최소 3주에서 6주 가량의 진단이 나왔다. 월드컵 출전은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엔트리 교체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영표와 히딩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속이 타들어갔다. 2년 전 시드니올림픽 당시 이영표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이영표는 내측 인대 부상을 당했다. 주치의인 나에게 ‘자신의 부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며 스포츠 의학 서적을 빌려가 공부할 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났던 그의 간절함을 믿고 싶었다.
히딩크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히딩크는 ‘못 뛰어도 이영표와 함께 간다’고 결론을 낸 뒤 전담치료사를 붙여줬다.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비밀리에 외부에서 새로운 물리치료사를 붙여 이영표를 치료시킨 것이다. 베어벡 코치의 친구로 월드컵 관람을 위해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물리치료사였다. 아마도 기존 치료 패턴에 다른 치료 패턴을 동원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히딩크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의무팀장과 물리치료사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다. 히딩크는 “선수를 빨리 낫게 하기 위해 다급한 마음에서 그랬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결국 선수 회복과 대의적인 차원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는데 선수에 대한 감독의 관심과 애정만큼은 인상적이었다.
히딩크는 선수단 관리 외에도 스포츠 과학 및 영양학면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었다. 히딩크는 식사시간에도 선수들의 식사 습관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가 강조한 체력은 정신력과 영양 섭취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배탈이나 감기에 걸린 선수들을 ‘자기 관리에 실패한 선수’라며 싫어했다.
히딩크는 최상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탄수화물과 충분한 물의 섭취를 강조했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스파게티와 담백한 해산물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반면 고추장 비빔밥과 김치찌개 등 지나치게 맵고 짠 음식과 튀김류 등은 체력 사용에 도움이 안 된다며 피하도록 했다.
특히 경기 하루 이틀 전에는 식단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금기였다. 고기류 등은 분해되면서 몸의 수분을 흡수해 경기중 탈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선수들이 먹지 못하게 했다. 무엇보다 유지방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만큼 히딩크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관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브라질에서 지역별 기후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차전 장소인 쿠이아바의 평균 기온은 26~30도, 3차전이 열리는 상파울루는 0~5도일 만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일정이다. 무엇보다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환경적 변화가 심하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간 대표팀을 괴롭혔던 대상포진과 봉와직염 같은 질병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한 훈련이나 경기 후에는 탄수화물과 물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최소 2시간 이내) 섭취하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스파 역시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데 찬물과 더운물을 오가는 냉온탕욕이 좋다. 그리고 경기 후에는 가벼운 정리운동으로 몸에 있는 젖산을 최대한 빨리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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