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경성 통증'과 '신경이 아픈 것'…같은 말 아니냐고요?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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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29) 심신이 지칠 땐 ‘몸의 리셋 스위치’를 켜라
초등학교 선생님인 박모 씨는 매주 한 차례 통증 치료를 위해 내원한다.
목 뒷부분은 항상 뭉쳐 있고, 어느 날은 어깨, 어떤 날은 허리, 다른 날은 엉덩이 등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닌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하고, 무기력감과 함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근골격계 검사를 해봐도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진 과정에서 그녀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민원과 과도한 업무에 치여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던 것이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한모 씨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끔씩 몸이 떨리는 증상까지 나타난다. 늘 시간에 쫓기는 압박감 속에서 체력도 바닥이 나고, 고객 항의까지 받을 때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의 이름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것이다.
두 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써버려서 고갈된 이른바 ‘번아웃(Burnout)’ 상태다.
번아웃은 근골격계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몸과 마음이 지치면 피로가 누적되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몸의 방어선인 면역력이 무너지면 신경성 통증이 쉽게 찾아온다.
신경성 통증과 신경이 아픈 것은 엄연히 다르다.
신경은 뇌, 척수, 말초신경을 뜻하는데 운동신경과 감각신경, 자율신경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디스크가 빠져나와 신경을 누를 때 아픈 것이 신경 통증이다.
반면 신경성 통증은 정신과 심리를 일컫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아프거나, 어깨 근육이 긴장해 근육통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무엇보다 긴장된 근육은 근육에 미세 손상과 경직을 일으키고, 통증 유발물질의 배출을 촉진시켜 몸을 더 괴롭힌다. 통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통증에 대한 대처는 뭉친 근육과 굳은 관절 등을 풀어주는 물리치료와 운동치료, 주사치료,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같은 약물치료 등이 있다.
또한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식, 그리고 ‘생각의 전환’도 중요하다.
즉, 번아웃 이전의 몸 상태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담긴 몸의 ‘리셋(Reset)’ 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이다.
리셋은 원래 시스템을 초기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긍정의 마음과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
리셋에 있어 체력을 길러주는 운동만큼 훌륭한 보약은 없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음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몸이 강하면 마음도 강하고, 마음이 강하면 몸도 강해진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신경성 통증 환자들은 피로감과 무기력증으로 인해 신체활동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허리와 골반, 무릎의 정렬상태가 틀어지고, 자세도 구부정한 경우가 많다.
우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굽은 어깨는 물론 허리도 곧게 펴서 머리부터 허리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 맨손체조를 시작으로 걷기와 가벼운 조깅에 이르기까지 단계를 조금씩 조금씩 올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 1~2개월만 꾸준히 유지하면 이전보다 확 달라진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잠자던 몸을 깨운 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천천히 병행해 나가면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체력을 키우면서 마음 건강도 다스려야 한다. 불행과 절망 등 나쁜 생각들이 마음에 똬리를 틀지 못하도록 마음 근육도 함께 키우는 것이다.
나 역시 과거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무기력증과 피로감에 시달릴 때 명상과 복식호흡, 그리고 가장 즐거웠던 추억들만을 생각하면서 부정한 마음을 밀어냈던 기억이 있다.
이를 통해 지나간 일이나 이미 벌어진 일에 매달려 괴롭고 힘들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즐거운 마음으로 살지를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마음 근육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배웠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30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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