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술할까 말까…'옆집 아줌마'에 묻지말고 '이 3명' 조언 귀 기울여라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
1594회 연결
-
0회 연결
본문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18) ‘옆집 아줌마’ 보다 ‘의사 3인’의 조언에 귀 기울여라
50대 후반의 여성이 허리에 심한 통증과 다리 저림을 호소하며 내원한 적이 있다. 문진과 검사를 해보니 추간판(디스크) 탈출 증세였다.
디스크는 수핵과 10~20층 정도의 섬유륜으로 구성돼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
보통 디스크 증상은 팽륜-돌출-탈출-부골화 등 4단계로 나뉜다.
팽륜은 말랑한 수핵이 탈출하기 전 부풀어 있는 상태이며, 돌출은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튀어나온 것이다.
탈출은 수핵이 섬유륜 바깥으로 빠져나온 것이며, 부골화는 수핵이 섬유륜을 벗어나는 이른바 디스크가 완전히 터진 상태를 말한다.
여성 환자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환자에게 현재 상태와 함께 “마비증상이 없기에 당장 수술의 필요성은 낮다”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또한 주사 및 재활치료, 그리고 시술 등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환자는 “통증으로 일상 생활이 너무 괴로워 시술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1주일 뒤 진료 때 “시술은 받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옆집 아줌마가 병원 치료 대신 집 근처에서 교정치료를 받는게 낫다”는 권유 때문이었다.
자신의 몸에 관한 문제를 비전문가의 판단에 맡겼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가끔씩 진료실에서 접하는 일인데, 친구나 지인 또는 친척, 그리고 빠지지 않는 옆집 아줌마 등 주변 사람들의 말을 쉽게 믿고 따른다.
의학적 판단이 비집고 갈 틈을 주지 않고, 인터넷에서 검증되지 않는 정보와 개인적 체험 등에 휘둘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나의 처방전은 ‘주변인들의 말이 아닌 의사 3인의 판단을 구한 뒤 개인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세요’다.
예를들어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전공하는 관점에서 질환을 다각도로 바라보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의사들은 수많은 환자들을 접하면서 질환에 대한 원인과 치료, 재발 방지 등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의학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고, 우리네 인생사가 모두 다르듯 같은 질환이라도 개인별로 차이기 있기에 의학적 판단과 경험이 중요하다.
특히 수술과 시술 등 경계가 모호하고 긴가민가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수술은 외과적으로 메스로 째고 질병부위를 찾아 제거하거나 봉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조직 손상이 동반돼 소량이라도 출혈을 피할 수 없지만 질환 부위를 대부분 없앨 수 있어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시술은 수술과 유사하지만 칼을 사용하지 않고, 내시경이나 카테타 등으로 막힌 곳을 뚫거나 확장 또는 염증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 손상이 거의 없고 후유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인들이 수술과 시술을 놓고 가장 고민하는 부위가 허리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앞서 언급한 디스크 1~3단계는 근육 마비만 없다면 시술을, 4단계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로 생각한다. 그러나 4단계여도 마비 증세가 없으면 시술을 먼저 한 뒤 한번 기다려 볼 수 있다.
하지만 발목의 힘이나 근력이 갑자기 확 떨어진 경우, 대소변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응급으로라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
무릎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전방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된 경우에는 수술 외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부분파열의 경우에는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릎 연골이 찢어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에는 환자가 처한 상황이 판단 기준이다.
가령 운동 선수, 등산 마니아, 생업을 위해 무거운 물건을 계속 들어야 하는 사람 등은 수술을 권유한다.
반면 골프나 등산 등 취미활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고, 일상 생활을 하겠다는 분들은 비수술적 치료를 조언한다.
몸에 찾아온 질환을 대처하는 주체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주변인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의사 3인의 지혜와 경험을 귀담아 들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소중한 몸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19편에 계속-
출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98763?lfrom=kakao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