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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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이 좋아하는 것…초고속 식사, 화장실 폰, 그리고 이 습관
암 환자의 삶은 쉽지 않다.
사회적 온기를 앗아가 버린 코로나 시국에서는 훨씬 더 힘들다.
암과 코로나를 동시에 겪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코로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세상의 소중함’을 알려주었고,
암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환기해주었다.
또한 코로나는 감염병 관리, 숙련된 의료인력 양성, 백신 등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를 돌아보게 했다.
내 몸의 ‘불청객’인 암세포는 삶의 질을 떨어뜨렸지만 나에게 귀중한 교훈을 던져주었다.
나로 하여금 암을 일으켰던 원인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 것이다.
암은 대부분 만성질환이다.
살면서 그냥 지나쳤던 잘못된 습관과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암을 자라나게 했던 것 같다.
암에 걸린 원인은 결국 내 안에 있었다.
3년여간 혹독한 대가를 지불한 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건강한 습관으로 열심히 바꾸고 있다.
꾸준한 관리를 통해 암에 승리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화장실에 신문이나 휴대폰 들고 가지 않기
암에 걸리기 전 내가 화장실에 머문 시간은 10분을 넘기기 일쑤였다.
주범은 신문과 휴대폰.
신문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연스레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습관화됐다.
배변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항문에 압력을 가해 치질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대장과 항문이 둔감해져 변비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변이 마려운데 참는 습관도 있었다.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생리현상을 자주 참곤 했다.
변의(便意)를 참다 보니 변비에 걸리기도 했다.
변비는 대장암이 좋아하는 친구다.
변을 참다 보면 직장에 대변이 가득 차도 마렵지 않음을 느낀다.
특히 노폐물 집합체인 변이 장에 오래 머물면 암 유발인자와 독성물질이 뿜어져 암세포가 자라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암 진단 이후 나는 마려움을 느낄 때 바로바로 해결하고,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도 가급적 5분 이내로 줄였다.
특히 휴대폰은 화장실에 아예 들고 가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기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역시 병원 경영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렸다.
당시엔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마주한 채 혼자 끙끙거리며 담아둔 적이 많았다. 이것도 쌓이면 마음의 병으로 암세포가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이후 나는 스트레스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기로 했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다.
결과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할 수 없지 뭐. 다음에 잘하자”고 툭 털며 나 자신을 다독였고, 속상하거나 화나는 일이 생길 때는 “그럴 수 있지. 그러라 해”라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포기나 좌절이 아닌 건강한 체념과 달관의 마음을 지니려고 한 것인데 삶이 훨씬 가벼워졌다.
생명을 불어넣는 올바른 식습관 갖기
대장암으로 곤욕을 치른 뒤 음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먹는 행위는 내 몸에 피와 살이 되는 에너지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것이다.
올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신경 써야 하는데 나는 거리가 좀 있었다. 돌이켜보면 인턴 시절부터 내게 식사는 일종의 전투였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밥을 먹었다.
또한 ‘삼시 세끼’라는 말처럼 제때에 식사가 중요한데 아침은 건너뛸 때가 많은 등 불규칙했다.
또한 음식의 종류도 중요했다. 맵고 짠 자극성 있는 음식은 장을 편치 않게 했다.
비교적 장의 기능이 좋지 않았던 내게 강한 음식, 콜라 같은 것, 기름기 많은 음식, 그리고 찬물은 장에 스트레스를 주어 자주 설사를 유발하기도 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습관화된 것으로 장에 많은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암 진단 이후 나는 식습관에 변화를 주었다.
먼저 아침-점심-저녁 등 세 끼를 거르지 않고, 최대한 규칙적으로 식사했다.
식단도 잡곡밥과 야채, 신선한 과일 등 몸에 좋은 먹거리로 구성했다.
짜고 매운 음식과 기름진 음식은 멀리했다.
특히 음식을 입에 넣은 뒤 최대한 천천히 오래 십어 먹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듯하면 제자리 걷기같이 몸의 활동을 늘려 소화가 잘되도록 했다.
탄산음료도 최대한 자제하고 물도 차갑게 먹지 않도록 노력한다.
또한 야식은 절대 하지 않는다. 밤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고 잠들 경우,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대장에서 유해 세균과 부패물질을 만들어 대장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태해진 몸을 운동으로 리셋하기
장과 신체활동은 밀접한 함수관계다.
적절한 신체활동은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촉진한다.
반대로 신체활동이 떨어지면 장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소화 기능이나 대사 기능도 떨어져 변비가 생길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나 역시 운동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만큼 신경 써서 관리해왔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살짝 게을러지면서 소홀히 한 것 같다.
하루에 30분 정도는 운동시간을 가졌는데 차츰 시간이 줄어들고 건너뛸 때가 많았다.
암 진단을 받은 뒤 나는 운동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여 3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한 뒤 저녁에는 1시간 가량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등에 투자했다. 주말에는 야외에서 걷기나 가벼운 등산도 한다.
또한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TV만 보지 않고 집 안 청소를 하는 등 움직이는 시간을 늘려나갔다.
꾸준히 관리하며 유지한 결과, 지금은 내가 느낄 정도로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바다 사인(몸이 보내는 신호) 무시하지 않기
인간의 몸은 유기적이고 정교하다.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종의 신호를 통해 한번 챙겨보라는 경고를 보낸다.
하지만 건강을 과신한 나머지 바다 사인을 무시하면 안 된다.
내게 보낸 첫 번째 신호는 복부 불편감 있었다.
과식하지 않았는데도 배가 점점 나오고, 배에 가스가 차올라 불편함과 함께 통증이 느껴졌다.
두 번째 신호는 배변 습관의 변화였다. 잦은 설사, 변비와 함께 어쩌다 변을 보더라도 가는 변이 자주 나왔고 잔변감도 느껴졌다.
세 번째 신호는 혈변이었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그냥 치질로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이후 식욕부진과 심한 복통을 느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비만하지 않아서 대장암이 생기리라는 생각을 못 했다.
몸이 보낸 신호를 놓치고 방심하다가 암세포를 키운 것이다.
좀 더 바다 사인에 집중하고 내시경 검사를 좀 더 일찍 받았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나는 암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래서 내 삶은 암 이전과 암 이후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다’는 교훈이 가슴 깊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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