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달만에 벌떡 일어났다…휠체어 없인 못걷던 60대의 기적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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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진료실 담소)
칼럼 6) 치료의 출발점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킬리만자로(Kilimanjaro·5895m)는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다.
‘빛나는 흰 산’이라는 뜻처럼 정상부인 우후루피크에 쌓인 만년설의 풍광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별한 등반 장비나 기술이 없어도 아프리카 최고봉에 도전할 수 있는 매력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선 고소증을 극복해야 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숨쉬기가 어렵고, 발걸음을 떼는 것도 힘겨운데다 두통 등 육체적 고통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현지인 포터와 가이드 등으로 구성된 등반 길라잡이들이 두 개의 단어를 다정하게 내뱉어준다.
첫 번째는 ‘뽈레 뽈레’인데 우리말로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다.
5박6일로 진행되는 등반 일정에서 매일 정해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라는 응원의 의미가 녹아 있다.
다른 하나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다.
걱정 또는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는 긍정의 마인드다. 영어로 번역한다면 ‘All is Well’이다.
정상을 밟는 것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기에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사실 긍정적인 마음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정말 중요하다.
때론 의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4년 전 60대 여성 환자분이 심한 허리 통증으로 걷지도 못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MRI 등 검사를 해본 결과 총체적 난국이었다.
척추는 휘어지고 퇴행성 디스크는 기본에다 척추 협착증은 물론 허리 디스크 탈출이 심해 다리 저림과 마비 증상까지 있었다.
한마디로 척추 질환의 종합세트였다.
그녀에게 “그동안 어떻게 참으며 살아오셨어요? 이 정도 상태면 수술이 필요합니다”라고 의학적 소견을 말했다.
그녀는 “수술 받는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원장님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다할 테니 여기에서 치료하고 재활받게 해주세요”라며 애원했다.
그녀의 절박하고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요청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복귀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입원 생활이 시작됐다.
젊어서 안해본 일이 없었다고 말할 만큼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면서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회진할 때 그녀는 “아파보니 내몸 소중한 것을 알게 됐다. 여기서 치료 잘 받으면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밝게 웃었다.
디스크, 협착증 시술을 받고 나서도 병실 복도 걷기는 물론 도수치료, 재활 운동을 꾸준히 해나갔다.
한달 조금 넘는 입원기간이 끝났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휠체어를 타고 왔던 그녀가 당당하게 걸어서 병원 문을 열고 나갔다. 이후 호주로 가서 손주를 봐주고 최근에 돌아왔는데 지금까지도 잘 걷는다.
반신반의하며 그녀를 치료했지만 어떻게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적의 힘이 작용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모든 치료의 출발점은 마음가짐이다. 무엇보다 긍정의 마인드다.
아무리 좋은 치료를 하더라도 환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반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의 마음과 강한 의지를 가지면 회복력은 물론 면역력도 높아진다.
요즘 고물가에 경기 불황까지 겹쳐 우리네 삶이 팍팍하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뒤 마음속으로 나만의 주문을 외쳐보며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를 맞이해 보자. ‘하쿠나 마타타’〈나영무 솔병원 원장〉
-7편에 계속-
출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79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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