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너무 유연해 위험한 그녀의 몸…‘꿀벅지’ 박세리 변신은 놀라웠다 [‘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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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명의’ 나영무의 진담(진료실 담소)
칼럼 4)박세리의 영광을 이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열정’
운동 선수들의 로망은 국가대표다.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는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치료와 재활을 도우면서 삶의 에너지를 많이 받은 느낌이 든다.
그들과의 인연을 통해 얻은 것을 두가지로 압축한다면 우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등의 자세로 승부의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가슴 뭉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과 열정이다. 대표적인 선수를 꼽으라면 박세리가 먼저 떠오른다.
박세리는 LPGA투어 통산 25승을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위대한 선수다.
그녀는 육상 선수로 운동과 인연을 맺은 뒤 열두살에 골프채를 잡았다. 육상으로 다져진 순발력과 탄력이 좋았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몸이 너무 유연한 것이 문제였다. 의학적으로 보면 연골 조직 등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운동성을 가진 이른바 ‘과가동성’ 이었다.
언뜻 유연하면 좋을 것 같지만 관절 등의 운동성이 과하게 되면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아지고, 그만큼 근육과 연부 조직에 스트레스가 더해져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골프 선수로서 유연성은 장점이지만 근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게 되고, 잦은 부상은 훈련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선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위기의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근육 만들기다.
과가동성으로 인해 흔들리고 불안정한 관절 조직들을 근육으로 지탱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15층 계단을 매일 새벽 5차례씩 오르내리는 등 꾸준하면서도 엄청난 운동량으로 근육을 키워 단점을 차근차근 보완해 나갔다.
10여년전 그녀의 주치의를 맡아 진료할 당시 완벽한 신체조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몸도 유연했고, 근력과 근지구력 등 기초체력이 강했다. 무엇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 등 하체가 탄탄했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근력과 유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녀를 보면서 ‘월드 스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 초등학교 테니스 선수가 진료실로 찾아왔다.
그 선수는 무릎 연골과 팔꿈치 등의 부상으로 고통을 호소했는데 원인은 과가동성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좋아하는 테니스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보였다.
부상 이유와 상태, 향후 치료 등을 설명한 뒤 박세리 선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과가동성은 근력을 키우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그 벽만 넘어서면 유연성에다 좋은 근육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장착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순간 어린 선수의 굳었던 얼굴 표정은 금세 환해졌고, “선생님, 고맙습니다”는 씩씩한 인사와 함께 웃으면서 진료실을 나갔다.
의사로서의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게 해준 해맑고 아름다운 미소로 인해 그날따라 퇴근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나영무 솔병원 원장〉
-5편에 계속-
출저: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76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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