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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운동법'에 힘든 항암치료 견뎌냈다…첫날 빨간불 동작은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

중앙일보

입력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16) 
암을 겪으면서 ‘건강’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배설하는 것이 건강의 보증수표였다.
무엇보다 몸을 잘 움직여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움직임은 몸에 활기와 생동감을 불어넣는 소중한 의식이다.
마치 기계가 잘 작동하도록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해주는 과정과 같다.
항암치료 받으면서 내가 운동에 공을 들였던 이유다.

항암치료 기간에는 밥맛도 없고, 피로감에다 전신 무기력증 등 컨디션이 좋지 않기에 운동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
하지만 운동은 암과의 싸움에서 필수적이다. 기본적인 신체 대사를 유지하고 체력을 키워 면역력을 높여준다. 나 역시 운동으로 항암치료를 견뎌낼 수 있었다.

나는 2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항암 사이클과 몸 컨디션에 맞춰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정했다.

이른바 ‘신호등 운동법’이다.

항암치료 1~4일째는 몸 컨디션이 10~20%로 낮아 신호등 색깔에 비추어 본다면 빨간색이다.
항암치료 5~9일째는 컨디션이 30~60% 상태로 색깔은 노란색이다.
항암치료 10~14일째는 컨디션이 70~80% 상태로 색깔은 초록색이다.

즉 신호등 단계에 따라 운동을 조절했다.
가벼운 호흡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시작으로 강도를 조금씩 높여 조깅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꾸준히 해나갔다.

이번 칼럼은 신호등 운동법 1단계인 레드 상황에서 실시했던 운동들을 소개한다.

항암치료 1~4일째에는 오심과 구토, 설사, 피로, 어지러움 등으로 몸이 그야말로 녹다운된다.
이때 운동 목표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데 있다.

첫째, 호흡 근육 운동으로 가슴을 펴면서 심호흡을 했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신 뒤 두 번에 나누어 천천히 내뱉었다. 호흡량이 많아야 많은 산소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수술을 받고 나면 복부 통증으로 자세가 앞으로 숙여지고 구부정하여 호흡량이 줄어들기에 수시로 가슴을 펴주는 동작이 필요하다.
침대에 누워서 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했는데 5회를 넘기지 않았다.
5회 이상이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둘째, 코어 운동 가운데 드로우인 운동이다.
처음엔 누워서 했는데 컨디션이 좀 나아지면 의자에 앉아 코로 숨을 들이마셔서 배를 볼록하게 만든 뒤 입으로 내쉬면서 복부를 오목하게 만드는 것을 반복했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셋째, 제자리걸음이다. 항암제의 강한 독성은 몸의 균형감각을 잃게 만든다. 몸의 중심을 잡고 넘어지지 않기 위한 운동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했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넷째, 발목을 위아래, 그리고 좌우로 움직이기다.
서서 버티거나 걸으려면 몸 전체를 지탱하는 발목의 안정성과 근력 강화가 필요한데 의자에 앉아 발목을 위로 올렸다가 내렸다를 반복한 뒤 좌우로도 돌려준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다섯째,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다.
다리와 엉덩이 근육 강화와 함께 균형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상체를 바르게 세운 뒤 꼬리뼈를 뒤로 빼고 엉덩이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중심 이동을 천천히 한다.
가급적 의자에 푹 앉기 보다는 허벅지에 힘을 준 채 엉덩이를 살짝 대는 느낌으로 하면 효과적이다.

여섯째, 벽에 손 대고 버티기다.
양팔을 적당히 벌려 복근과 엉덩이 근육 등을 이용해 벽을 밀어주는 동작이다. 버티는 과정에서 손, 팔 및 상체의 근육들이 강화되고, 척추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곱째, 발뒤꿈치 들기다. 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뒤꿈치를 가급적 최대한 높게 들어올렸다 내린다. 종아리와 발목의 근력을 강화시키며 정맥 순환도 촉진시킨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여덟째, 서서 체중 이동하기다.
바르게 선 뒤 체중을 앞으로 실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같은 방법으로 좌우를 오가는데 균형 감각을 향상시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처음엔 벽에서 양손바닥을 고정한 뒤 몸의 중심이동을 하는 것이 쉽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아홉째, 팔 올렸다 내리기와 팔 앞뒤로 비틀기다.
팔을 앞으로 올렸다 내린 뒤 옆으로도 같은 동작을 취한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와함께 빨래짜듯 팔 비틀기를 해주면 손목, 팔꿈치, 어깨, 견갑골 주변 근육을 풀어주면서 어깨관절의 원활한 움직임에 도움이 된다.

열째, 목 뒤로 당기기다.
오래 누워있거나, 목을 많이 숙이고 있으면 목 주변 근육이 뭉치고 뻣뻣해진다. 이럴 땐 의식적으로 목을 뒤쪽으로 당겨주면 통증 완화는 물론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항암 1-4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들 운동 외에도 가장 기본인 맨손체조와 함께 스트레칭, 그리고 허리를 곧게 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17편에 계속- 

나영무 박사는…

나영무 박사는 솔병원 원장으로 재활의학 ‘명의’다.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비롯해 김연아와 박세리 등 수많은 태극전사들의 부상 복귀를 도우며 스포츠재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18년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던 나 박사는 투병의 지혜와 경험을 나누며 암 환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리고자 이번에는 ‘암 재활’에 발벗고 나섰다.


솔병원 원장 나영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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